응급실로 25세 젊은 남자 환자가 복통, 구토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분은 약 1주일 전 충수염으로 복강경하 충수절제술을 시행받았었고
어제 저녁에 치킨을 포함해서 과식을 하고 오늘 낮부터 복통과 구토가 발생하여 응급실로 온 것이다.
혈압, 맥박은 정상이었고 열도 없었다.
내원 후 진행한 복부엑스레이 사진은 아래와 같았다.
복부수술력, 오심, 구토, 복통의 증상과 복부엑스레이 결과. 이것은 바로 대표적이 소장 질환인 장폐색(ileus)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장염증상들 대부분이 나타나게 되는데,
복통, 오심과 구토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심한 설사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환자분은 다행히 발열이나 빈맥 등의 생체징후 이상이 없었고
leukocytosis 및 CRP elevation 소견도 없었으며
복부 압통, 반발압통도 저명하지 않아 장 괴사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입원하여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했다.
L-tube 삽입을 하고 수액공급을 시작했다.
L-tube를 삽입한 후 간헐적인 압력을 걸어서 위내용물 및 장내 공기를 배출해낸다.
L-tube 삽입 후에 오심 및 구토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고 복통도 호전 양상을 보였다.
입원 2일 후 gas out(방구가 나왔다!)도 되었고 계속해서 경과가 호전되어 퇴원을 앞두고 있다.
오늘은 대표적인 소장 질환, 장폐색(ileus)에 대해 공부하고자 한다.
1. 소장의 해부학적 구조
소장은 성인에서 약 6m 정도의 길이를 가진 관형 구조이다. 십이지장(duodenum), 공장(jejunum), 회장(ileum)의 3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십이지장은 가장 근위부에 해당되며 췌장(pancreas)의 두부와 아래쪽 변연부 바로 옆쪽에 있으며, 후복막에 위치한다. 십이지장은 위장과는 유문부로 경계되어지고, 공장과는 Treitz 인대로 나누어진다. 공장과 회장은 복강내에 있으며, 장간막을 통하여 후복막에 붙어있다. 공장과 회장을 나눌 수 있는 특징적인 구조물은 없지만, 십이지장을 제외한 소장의 근위부의 약 40%는 공장이고, 나머지 60%의 원위부가 회장이 된다. 회장은 회맹판막(ileocecal valve)에 의하여 맹장과 구분이 된다.
소장에는 원형주름으로 불려지는 점막의 주름들이 있고, 이런 주름들은 복부방사선적 검사상 대장과 소장을 구별할 때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십이지장의 혈액공급은 복강동맥(celiac trunk)과 상장간막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들에서 일우어진다. 십이지장의 원위부와 공장, 회장은 상장간막정맥으로 들어간다.
2. 생리적 기능
* 수분 전해질의 흡수와 분비
매일 8-9L의 액체가 소장 내로 들어간다. 대부분은 침, 위장액, 담즙, 췌장액, 소장 분비액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소장은 이 액체의 약 80% 이상을 흡수하고 약 1.5L의 액체만 대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 장운동성
장관내의 근육세포들은 전기적으로 기계적으로 조화롭게 작용한다. 고유근층의 수축은 연동운동을 일으킨다. 바깥쪽 종행근육의 수축은 장관의 길이를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고, 안쪽 윤상근육의 수축은 장관의 내경을 좁게 만든다. 또, 점막근층의 수축으로 점막이나 융모의 운동이 가능해진다.
# 소장 폐쇄
1) 원인과 병태생리
소장 폐쇄의 60% 이상은 과거 복부 수술력이 있는 환자에서 장유착으로 인하여 발생하며 특히 부인과적 골반수술과 충수절제술 그리고 대장직장 수술 후 주로 발생한다.
-> 환자의 경우 충수절제술을 받고 퇴원한지 1주일이 안된 상태였다. 사실 대장암 수술 등의 큰 수술을 받은 후에 장폐색으로 응급실을 오는 경우가 더 많고, 충수절제술을 받고서 장폐색이 오는 경우는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소장 폐쇄가 발생했을 때, 장관 내 가스와 수액이 폐쇄가 발생한 부위의 근위부에 축적된다. 소장의 폐쇄를 극복하기 위하여 초기엔 소장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며, 이에 따라 경련성 복부 통증과 함께 설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 환자의 경우도 응급실에 왔던 늦은 오후에 장폐색이 생긴지 몇 시간 안된 상태였고, 소장은 폐색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이 활발했을 것이며 이에 따라 복통과 소량의 설사도 호소하였다.
소장 폐쇄가 계속되면 소장 내강은 확장되고 내부 압력은 계속 증가하게 되며, 장 운동은 점점 감소한다. 소장 내강이 팽창함에 따라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소장 내부로 축적되며,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난다.
-> 이 때문에 복부엑스레이 사진에서 small bowel dilatation 소견이 나타나며, 탈수 방지를 위해 충분한 수액공급(hydration)을 해주며 electrolyte 검사도 주기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소장 폐쇄가 근위부에 발생한 경우 구토가 주된 증상으로 발생하며 이에 따라 저염소증, 저칼륨혈증, 그리고 대사성 알칼리증이 발생한다. 원위부 폐쇄의 경우 많은 체액들이 장 내부로 이동하지만 전해질의 변화는 근위부 폐쇄에 비하여 덜하다. 계속되는 탈수는 소변감소(oliguria)와 질소혈증(azotemia) 그리고 혈액 농축으로 이어지고 저혈압과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복부 팽만은 복강 내압을 높여 대정맥 환류 잉상과 횡격막의 상승에 의한 심폐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장 내부는 대부분 멸균상태이지만 소장 폐쇄가 진행되면서 내부의 균주의 수와 구성에 변화가 발생한다. 소장의 폐쇄가 부분적인 경우 괴사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소장폐쇄에서 특히 위험한 상황은 소장의 일부 분절의 근위부와 원위부가 모두 폐쇄되어 발생한 막힌 창자 막힘(closed loop obstruction)이 발생했을 때이다. 이런 경우, 소장 내에 축적되는 가스와 수액이 근위부와 원위부 어느 쪽으로도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내강 압력이 매우 빠르게 진행하면서 괴사까지 급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 이 때문에 장폐색의 경우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2) 임상 증상과 진단
소장 폐쇄 의심 환자에 대한 과거력의 세심한 청취가 필요하다. 복부 수술력이 있었는지, 악성 종양의 진단 및 염증성 장질환 진단의 과거력 여부를 확인한다. 소장 폐쇄를 강력하게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경련성 급성 복통과 오심, 구토, 복부 팽만과 장내 공기 배출의 실패 등이다.
-> 복부 수술력이 있고, 복통, 오심과 구토, 복부 팽만, gas out 안됨 등의 병력 청취로 예측해볼 수 있고, 저명한 경우는 복부엑스레이를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복부엑스레이로 애매한 경우는 CT를 통해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 복부엑스레이에서는 여러 개의 소장 내 공기액체층(air fluid level)이 나타난다. 또한 팽창된 소장과 소장 주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대장에 gas가 없는 특징이 있다.
복부 청진상 장음은 장 폐쇄 초기에는 증가되어 들리지만, 장 폐쇄가 지속될수록 장음은 점점 감소하게 된다.
-> 실제로 청진을 했을 때 초기에는 hyperactive bowel sound를 들을 수 있다.
소장 폐쇄가 진행되어 괴사에 이른 경우 복통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서 빈맥과 국소적 압통,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 이런 경우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복부 CT는 소장 폐쇄 진단의 gold standard이다. 민감도 80-90%, 특이도 70-90% 정도이다. 폐쇄 정도가 심하거나 완전 폐쇄가 있는 경우 CT에서 이행부위(transition zone)로부터 근위부의 팽창된 소장 소견과 원위부의 감압된 소장을 전형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closed loop obstruction의 존재 여부와 소장의 괴사여부에 대한 진단도 가능하다. closed loop obstruction이 있는 경우 소장의 꼬인 부분으로 장간막 혈관이 모여드는 형태의 U자형 혹은 C자형의 소장 분절을 확인할 수 있다.
3) 치료
비위관 삽입과 수액 보충을 통한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 된다.
환자들은 비위관(NG tube nasogastric tube, L-tube)을 삽입하고 계속적으로 위 내용물과 장내 공기의 배출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위의 감압은 오심이나 복부 팽만 같은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구토에 의한 흡인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 환자의 경우도 비위관을 삽입하고 수액 보충을 통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다. 비위관을 삽입하면 많은 환자분들이 불편해하지만 이것만큼 간단하고 효과 좋은 장폐색 치료가 없기 때문에 잘 설득해서 시행해야 한다.
소장 폐쇄를 위한 수술 방법은 그 원인에 따라서 다르게 시행된다. 폐쇄의 원인이 되는 유착을 박리하거나(adhesiolysis), 종양을 제거하고 또는 탈장의 교정이 필요할 수 있다. 원인의 제거와 함께, 폐쇄된 부위의 소장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며, 이미 괴사가 진행된 소장에 대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
-> 보존적 치료로 장폐색이 풀리지 않으며 수술적 치료로 폐색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보존적 치료로 장폐색이 해결되어 퇴원하지만 1주 이상이 지나도 호전의 기미가 없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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